“귀지가 많아서 그런지
귀가 잘 안 들리는 것 같아요.”
이 말은 이비인후과 진료실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실제로 귀가 먹먹하거나
소리가 둔하게 들린다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난청이나 중이염 같은
질환을 걱정하지만,
검사 결과 귀지가
원인인 경우도 매우 흔하다.
귀지는
너무 일상적인 존재라서
문제의 원인으로
간과되기 쉽지만,
특정 조건이 겹치면
실제로 청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물리적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귀지가 많으면
정말 귀가 잘 안 들리는 걸까?
단순한 기분 탓일까,
아니면 의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일까?
이 글에서는
귀지의 생성 원리부터
청력 저하와의 관계,
그리고 잘못 알려진
귀 관리 상식까지
체계적으로 살펴본다.

1. 귀지는 왜 생기며, 왜 필요한 존재일까?
귀지는
외이도 피부에 분포한 피지선과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비되는 물질,
그리고 각질이 섞여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생리 산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귀지를 더러운 노폐물로 인식하지만,
의학적으로 귀지는
외이도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조물이다.
귀지가 수행하는 역할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첫째,
외이도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
피부가 갈라지거나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막는다.
둘째,
귀지에 포함된 산성 성분과
항균 성분이
세균과 곰팡이의 증식을 억제한다.
셋째,
먼지, 모래,
작은 벌레 같은 이물질이
고막까지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물리적 방어막 역할을 한다.
또한 귀지는
씹거나 말할 때 발생하는
턱 관절의 움직임에 의해
자연스럽게 바깥쪽으로 이동하는
자정 작용을 가지고 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귀지는 특별히 파내지 않아도
스스로 배출되며,
이 과정에서
청력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문제는
이 자연스러운 균형이
깨질 때 발생한다.

2. 귀지가 많으면 정말 청력이 떨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귀지가 과도하게 쌓이면
실제로 귀가 잘 안 들릴 수 있다.
이를 의학적으로는
이구전색이라고 한다.
이구전색은
귀지가 외이도 안에서 뭉쳐
고막 근처까지
막아버린 상태를 의미한다.
소리는
외이도를 통해 들어와
고막을 진동시키고,
이 진동이 이소골과 내이를 거쳐
뇌로 전달된다.
그런데 귀지가
외이도를 막고 있으면
소리 에너지가 고막까지
제대로 도달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청력 저하는
전음성 난청의 형태를 띤다.
전음성 난청의 특징은
소리의 선명도보다는
크기가 줄어든 느낌
말소리가 흐릿하고 멀게 들림
귀를 막은 것 같은 먹먹함이다.
이 경우 청각 신경이나
내이 자체가
손상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귀지를 제거하면 대부분
즉각적인 청력 회복을
경험하게 된다.

3. 귀지로 인한 청력 저하의 대표적인 증상
귀지가 원인이 되어
청력이 떨어질 때
나타나는 증상은
비교적 특징적이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신호들이 있다.
한쪽 귀만
유독 막힌 느낌이 든다
TV나 스마트폰 볼륨을
평소보다 크게 해야 한다
전화 통화 시
특정 귀로 들을 때 불편하다
귀 안에서 소리가
울리는 느낌이 든다
조용한 곳에서는 괜찮은데
소음이 있으면 더 안 들린다
통증이나 고열,
심한 어지럼증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러한 점이
중이염이나 감각신경성 난청과
구별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4. 귀지가 특히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공통점
모든 사람이 귀지 때문에
청력 저하를 겪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가진 사람들은
귀지가 쌓일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한 증상을
경험하기 쉽다.
첫째,
마른 귀지를 가진 체질
귀지는 유전적 요인에 따라
젖은 귀지와 마른 귀지로 나뉜다.
마른 귀지는 잘 부서지지만
외이도 안에서
쉽게 뭉쳐 전색을 형성한다.
둘째,
이어폰·보청기·귀마개를
자주 사용하는 경우
이러한 기구들은
귀지를 자연스럽게
배출시키는 대신
안쪽으로 밀어 넣는
역할을 한다.
특히 커널형 이어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 위험이 높다.
셋째,
면봉으로 귀를 자주 파는 습관
귀를 깨끗이 한다는 생각으로
면봉을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귀지를 고막 쪽으로 밀어 넣어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넷째,
노인이나 외이도가 좁은 사람
나이가 들수록
귀지의 이동 능력이 감소하고,
외이도가 좁으면
귀지가 쉽게 막힌다.

5. 귀지로 인한 난청과 다른 난청은 어떻게 다를까?
귀지로 인한 청력 저하는
다른 원인의 난청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진다.
가장 큰 차이점은
회복 가능성이다.
귀지를 제거하면
소리가 즉시 또렷해지고
먹먹함이 사라지며
일상 청력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감각신경성 난청은
서서히 진행되거나
이명, 어지럼증을 동반하거나
회복이 어렵거나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귀가 갑자기
안 들리는 느낌이 들 때,
가장 먼저
의심해볼 수 있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귀지다.

6. 귀지는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할까?
가장 중요한 원칙은
귀 안쪽을 직접 파지 않는 것이다.
면봉, 귀이개, 핀셋 등으로
깊숙이 제거하려다
외이도 손상이나
고막 천공이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안전한 귀 관리 방법은
다음과 같다.
귀 입구만 가볍게 닦는다
귀가 막힌 느낌이 지속되면
병원을 방문한다
이비인후과에서는
현미경이나 내시경을 이용해
안전하게 제거한다
전문적인 귀지 제거는
통증이 거의 없으며,
제거 직후 청력이 갑자기
좋아졌다고 느끼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7. 귀가 잘 안 들릴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
청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흔히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난청이 시작된 건 아닐까?”
라고 걱정한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가장 단순한 원인,
즉 귀지로 설명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귀지는 없어야 할 것이 아니라
필요하지만
과하면 문제가 되는 존재다.
과도한 귀 청소도,
무관심한 방치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마무리 정리
귀지가 많다고 해서
모두 귀가 안 들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귀지가
외이도를 막을 정도로 쌓이면
실제로 소리 전달을 방해해
일시적인 청력 저하와
귀 먹먹함을 유발할 수 있다.
다행히 이는
대부분 간단한 조치로
회복 가능하며,
올바른 관리 습관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귀가 잘 안 들린다고 느껴질 때,
가장 먼저
확인해볼 수 있는 원인
— 귀지.
의외로
많은 청력 문제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곳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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