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사건의 발단
‘고수익 해외취업’의 함정
최근 몇 달 사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실종되거나 고문,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대부분 ‘해외 취업’이나 ‘고수익 단기 알바’ 광고였다.
SNS나 구직사이트에는 “캄보디아 IT기업 채용”, “해외 카지노 홍보직 고수익 보장” 같은 문구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기조직이 운영하는 불법 리크루팅 시스템이 존재한다.
구직자들은 항공권과 숙소가 제공된다는 말에 속아 출국하고, 현지에 도착한 뒤 여권을 빼앗기고 감금된 채 온라인 사기, 불법 도박,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동원된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예천 출신 20대 대학생 A씨의 사망 사건이었다.
그는 ‘캄보디아 스타트업 인턴십’ 제안을 받고 출국했지만, 현지에서 고문을 당하고 변사체로 발견됐다.
시신에는 구타 흔적과 전기 고문 흔적이 남아 있었고, 휴대전화 기록에는 ‘도움을 요청한다’는 메시지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었다.
가족은 즉시 외교부와 경찰에 신고했으나, 시신 송환까지 3주 이상이 걸렸다.
이는 단순한 개인 피해가 아니라, 국가 간 공조 부재와 외교적 한계까지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2. 온라인 사기조직과 국제적 범죄 네트워크
캄보디아는 지리적으로 태국·베트남·라오스와 인접해 있으며, 중국계 범죄조직의 거점지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특히 프놈펜과 시하누크빌(Sihanoukville) 지역은 ‘가상화폐 거래소’, ‘콜센터’, ‘온라인 카지노’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사이버 사기 허브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에는 수백 개의 불법 사무실이 존재하며, 수천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불법 감금 상태로 일하고 있다는 인권단체의 보고도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 중국 등에서 ‘합법 취업’으로 속아 넘어온 청년들이다.
2025년 8월, 캄보디아 경찰은 프놈펜의 한 고급 아파트를 급습해 사기조직 일당 48명을 체포했다.
이 중 3명은 한국인이었고, 나머지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국적이었다.
그들은 SNS를 통해 한국인을 모집하고, 불법 송금과 가상화폐 세탁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결과, 이 조직은 한·중 합작형 범죄 네트워크로, 범죄 수익은 대부분 가상자산 형태로 해외로 송금되었다.
한국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이 캄보디아 당국에 공조를 요청했지만, 법 집행 체계가 미비하고 부패가 만연한 현지 사법 환경 탓에 사건 해결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3. 실종자와 피해자 가족의 절규
캄보디아 내에서 실종된 한국인은 현재까지 80여 명으로 추정된다.
외교부는 “정확한 통계는 파악 중”이라 밝혔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늦고 소극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실종된 사람들 중 다수는 여행객이 아니라 ‘취업 목적 입국자’였다.
가족들은 대부분 연락이 끊긴 뒤 ‘마지막 위치가 프놈펜 근교’라는 단서 외에는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다.
어떤 경우에는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 메시지”가 도착하기도 했다.
실제 피해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 피해자의 어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들이 캄보디아에서 연락이 끊긴 지 2개월째인데, 대사관은 ‘현지 수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한다”고 호소했다.
시신이 발견된 경우조차 신원 확인과 송환 과정이 복잡하다.
캄보디아의 행정 절차가 복잡하고, 부패한 일부 공무원이 뇌물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피해자 가족이 직접 현지로 가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현지 치안 불안 때문에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
4. 정부의 대응과 외교적 파장
캄보디아 사건은 단순히 한 나라의 치안 문제를 넘어, 한국 정부의 해외 안전관리 체계의 허점을 드러냈다.
외교부는 2025년 10월, 프놈펜 일부 지역과 깜폿, 시하누크빌 등지에 대해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미얀마·라오스 일대에서 비슷한 형태의 사이버사기 감금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 정부도 국제적 비난을 의식해 최근 범죄조직 단속을 강화했으나, 여전히 뿌리 깊은 부패와 사법 비효율로 인해 수사와 처벌의 실효성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캄보디아의 사기 및 감금 범죄는 이미 인권 위기를 넘어선 수준”이라며 “한국, 중국, 태국 등 관련국 간 공조 수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5. 왜 캄보디아인가? 구조적 원인 분석
캄보디아가 이 같은 국제범죄의 온상이 된 데에는 몇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다.
낮은 인건비와 느슨한 규제
외국 자본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구조 덕분에, 불법 자금 세탁이나 사이버 사기 기업이 합법 사업체로 위장하기 쉽다.
부패한 행정 시스템
일부 경찰 및 공무원이 범죄조직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수사 정보를 유출하거나 사건을 무마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인터넷 인프라와 가상자산 확산
가상화폐 거래소가 규제 없이 운영되며, 사이버 범죄가 기술적으로 은폐되기 쉬운 환경이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 아시아 지역의 현실
한국, 중국, 대만 등에서 경제난으로 해외취업을 시도하는 청년층이 많고, 이들이 범죄조직의 표적이 된다.
이처럼 구조적·경제적 요인들이 결합하면서, 캄보디아는 ‘신흥형 범죄 생태계’로 자리잡고 있다.
6. 시사점과 예방을 위한 제언
이번 캄보디아 사건은 해외 취업과 관련된 허위 정보, 국제 범죄조직의 실태, 그리고 정부의 외교 대응 체계의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해외취업 정보 검증 강화
외교부·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인증된 해외취업 플랫폼을 운영하고, 허위 모집 광고를 실시간 모니터링해야 한다.
국제 공조수사 체계 구축
한국 경찰청, 인터폴, 캄보디아 내무부 간의 실시간 정보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사이버범죄 전담 국제 TF 구성이 시급하다.
피해자 가족 지원 체계 마련
실종자 가족에게 법률 상담, 통역, 항공비 지원 등 현실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국민 인식 제고 캠페인
“해외 고수익 알바”, “단기 취업비자 보장” 같은 광고의 위험성을 홍보하고, 청년층의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현지 대사관의 역할 확대
단순 행정 업무를 넘어, 국민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현장 대응 인력이 필요하다. 대사관 내 ‘한국인 보호 전담반’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정리
캄보디아 사건은 단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화 시대의 그늘을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구인·구직이 활성화된 현대 사회에서, 정보의 신뢰성과 개인의 안전은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다. “합법적 취업”이라는 말 한마디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정부와 사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해외 범죄 예방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강화해야 하며, 국민 개개인도 ‘확인되지 않은 제안에는 절대 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져야 한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이 다시금 증명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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