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이란 무엇인가
요산이 만든 고통의 정체
통풍은 이름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표현이 생겨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의학적으로 통풍은 요산이라는 노폐물이 체내에 과다하게 쌓여, 관절 내에 결정체를 형성하면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대사성 질환이다.
요산은 퓨린(purine)이라는 물질이 분해되면서 생기는데, 이 퓨린은 우리가 흔히 즐기는 음식 속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육류, 해산물, 내장류, 맥주 등 단백질이 풍부하거나 발효된 식품 속에는 특히 퓨린 함량이 높다.
정상적인 사람의 몸에서는 이 요산이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며, 혈액 속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요산이 과도하게 만들어지거나, 배출 기능이 떨어지면 요산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
이를 고요산혈증이라고 부르며, 통풍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고요산혈증 자체는 증상이 없지만, 일정 농도를 넘으면 요산이 관절이나 연조직에 결정으로 쌓이면서 심각한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나타나는 것이 바로 ‘통풍 발작’이다.
통풍은 단순한 관절염으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
방치할 경우 요산 결정이 신장에 축적되어 신장결석이나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으며, 고혈압과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따라서 통풍은 단순히 “관절이 붓고 아픈 병”이 아니라, 몸 전체의 대사 균형이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봐야 한다.

왜 통풍이 생길까?
요산 대사의 불균형
통풍의 근본적인 원인은 요산 대사의 불균형이다.
쉽게 말해 요산이 많이 생기거나, 몸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 못할 때 생긴다.
의학적으로는 이를 요산 생성 과다형, 요산 배설 저하형, 복합형으로 구분한다.
요산 생성 과다형은 단백질이나 퓨린이 풍부한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 과도한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 많다.
특히 맥주와 육류를 즐기며 운동량이 적은 중년 남성이 대표적이다.
또, 항암치료 중 세포가 대량으로 파괴될 때도 요산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요산 배설 저하형은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을 때 흔하다.
결국 신장이 요산을 충분히 걸러내지 못해 체내에 쌓이는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이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비만, 스트레스, 과식, 단 음료 섭취, 수면 부족 같은 생활습관 요인이 더해지면 통풍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현대인의 식습관은 통풍의 토양을 만들고 있다.
육류 중심의 식사, 단 음료, 과도한 음주, 잦은 회식은 모두 퓨린과 과당 섭취를 늘려 요산 농도를 높인다.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이 요산 배출을 돕기 때문에 가임기에는 발병률이 낮지만, 폐경 이후에는 남성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한다.
결국 통풍은 ‘나이’보다 ‘생활습관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풍 발작의 고통
왜 이렇게 아플까?
통풍 발작은 대부분 밤이나 새벽에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대표적인 부위는 엄지발가락 관절(제1중족지관절)로, 환자 대부분이 이 부위의 극심한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다.
처음에는 약간의 통증으로 시작되지만, 몇 시간 만에 관절이 붉게 부어오르고, 열이 나며, 손가락 하나 대기도 힘들 정도로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바람만 닿아도 아프다’는 말이 바로 이 시기의 고통을 표현한 것이다.
이 시기를 급성 통풍 발작기라 한다.
대개 3~10일 정도 지속되며, 이후 염증이 가라앉으면 통증은 서서히 사라진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요산 수치가 그대로 높게 유지되면, 몇 달 또는 몇 년 뒤 다시 발작이 재발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작 간격은 짧아지고, 통증의 강도는 점점 더 심해진다.
통풍의 진행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무증상 고요산혈증기
요산이 높지만 통증이 없는 시기
급성 통풍 발작기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시기
만성 결절성 통풍기
관절 주위에 하얗고 단단한 토피가 생기며 관절이 변형되는 단계
만성화되면 통풍은 단순히 아픈 병을 넘어 관절의 구조적 손상을 일으킨다.
손가락, 팔꿈치, 귀 주변에 하얀 혹처럼 보이는 요산 결절이 생기기도 하며, 이로 인해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통풍은 어떻게 진단할까?
통풍 진단은 단순히 “발이 아프다”는 증상만으로는 어렵다.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혈액검사를 통한 요산 수치 측정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7.0mg/dL, 여성은 6.0mg/dL 이상이면 고요산혈증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발작 중에는 염증 반응으로 인해 요산이 일시적으로 정상처럼 보일 수 있어, 수치만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관절액 검사다.
통증이 있는 부위에서 관절액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바늘 모양의 요산 결정이 보이면 통풍으로 확진된다.
추가로 X-ray나 초음파, 이중에너지 CT(DECT) 검사를 통해 관절 손상 정도와 요산 결정의 분포를 확인하기도 한다.
통풍은 때로는 세균성 관절염, 류마티스 관절염 등과 증상이 비슷해 오진되기도 한다.
따라서 증상뿐 아니라, 병력과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통풍의 치료
약물, 식단, 그리고 꾸준함
통풍 치료의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 급성 통증을 빠르게 완화하는 것, 둘째, 요산 수치를 장기적으로 안정화시켜 재발을 막는 것이다.
급성 발작기에는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콜히친, 스테로이드제 등이 사용된다.
통증이 심할 경우 냉찜질을 하거나 침상 안정을 유지하면 도움이 된다.
이 시기에는 요산을 낮추는 약을 새로 시작하거나 용량을 조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급성기에 요산 농도가 급변하면 오히려 염증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급성기가 지나면 본격적인 관리가 시작된다.
요산 수치를 6mg/dL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요산 생성을 억제하는 알로푸리놀, 페북소스타트와, 요산 배설을 촉진하는 프로베네시드, 벤즈브로마론 등이 사용된다.
이 약들은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없다고 중단하면 재발 위험이 높고, 오히려 발작이 더 잦아질 수 있다.

통풍 환자가 꼭 알아야 할 식이요법
통풍 치료에서 식습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약물치료만으로는 완전한 개선이 어렵기 때문이다.
피해야 할 음식은 다음과 같다.
▷ 붉은 육류, 내장류, 등푸른 생선
▷ 새우, 게, 멸치, 조개류 등 퓨린 함량이 높은 해산물
▷ 맥주, 소주 등 모든 종류의 알코올
▷ 단 음료와 설탕 함유 음료 (과당은 요산 생성을 자극)
반면, 통풍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다음과 같다.
▷ 저지방 우유 및 유제품 (요산 배출 촉진)
▷ 채소류 (시금치나 버섯도 적당량 섭취 가능)
▷ 복합 탄수화물(현미, 잡곡밥)
▷ 충분한 수분 (하루 2~3L 이상)
무리한 단식이나 고단백 다이어트는 요산 수치를 급격히 높이므로 절대 피해야 한다.
규칙적인 식사, 수분 섭취, 그리고 적절한 체중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통풍 재발을 막는 생활습관
통풍은 ‘한 번 걸리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다.
따라서 평소 생활습관이 치료의 연장선에 있다.
하루에 물 2리터 이상을 마시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유지해야 한다.
체중 감량은 요산 수치를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며, 과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특히 맥주는 퓨린 함량이 높아 가장 위험한 음료로 꼽힌다.
또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도 통풍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약을 멈추는 것은 통풍을 만성화시키는 지름길이다.
실제로 통풍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제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약을 중단했다가 몇 달 뒤 심한 발작으로 응급실을 찾는다.
ㄱ
통풍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술만 끊으면 낫는다.”
→ 통풍은 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퓨린이 많은 음식, 비만, 유전적 요인 모두 영향을 미친다.
“물 많이 마시면 다 해결된다.”
→ 수분 섭취는 도움이 되지만, 약물치료 없이 완치는 불가능하다.
“한 번 나으면 다시 안 온다.”
→ 통풍은 재발성 질환이다. 요산 수치가 안정될 때까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여성은 통풍에 걸리지 않는다.”
→ 폐경 후 여성에게도 통풍이 증가한다.
“관절만 아픈 병이다.”
→ 장기적으로 신장, 심혈관계에도 영향을 주는 전신 질환이다.
정리
통풍은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우리 몸의 대사 불균형이 만들어낸 신호다.요산 수치 하나를 잡는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식습관, 체중, 신장 기능, 스트레스, 수면 등 전반적인 생활습관과 맞물려 있다.따라서 통풍 치료의 핵심은 단기적인 통증 완화가 아니라, 장기적인 자기 관리와 꾸준한 치료다.약물 복용과 올바른 식습관, 충분한 수분 섭취, 규칙적인 운동만 꾸준히 실천한다면 통풍은 더 이상 두려운 병이 아니다.‘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이라는 오명을 벗고, 통풍 역시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건강은 단 한 번의 치료가 아니라 꾸준함의 결과다. 통풍 관리 또한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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