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통풍을 악화시키는 이유
통풍은 혈중 요산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며, 관절 안에 요산 결정이 침착해 염증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이 요산은 퓨린이라는 물질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데, 알코올은 이 퓨린 대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맥주, 소주, 청주처럼 효모 발효 과정을 거친 술에는 퓨린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맥주의 경우 100mL당 평균 8~10mg의 퓨린을 함유하며, 이는 고기류 못지않은 수준이다.
또한 술이 체내에 들어오면 간은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아세트알데히드 대사를 우선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요산을 배출하는 대사 효소가 억제되고, 동시에 젖산이 증가하면서 신장에서 요산이 재흡수되는 비율이 높아진다.
쉽게 말해, 술은 요산을 더 만들게 하고 배출은 막는 이중적 작용을 하는 셈이다.
그 결과 혈중 요산 농도는 급상승하며, 이미 통풍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통증 발작의 직접적인 유발 요인이 된다.

술의 종류별 퓨린 함량과 통풍 위험도
모든 술이 통풍을 동일하게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퓨린 함량과 알코올 종류에 따라 그 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으로 맥주는 통풍 환자에게 가장 해로운 술로 알려져 있다.
이는 맥주가 ‘효모’를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퓨린이 다량 생성되기 때문이다.
500mL 캔맥주 한 캔에는 약 50~60mg의 퓨린이 들어 있으며, 이는 소고기 100g에 해당하는 양이다.
반면 와인은 상대적으로 퓨린 함량이 낮지만, 알코올 자체가 요산 배출을 방해하기 때문에 ‘안전한 술’이라고 볼 수는 없다.
소주나 위스키처럼 증류주류는 퓨린 함량은 적지만, 알코올 농도가 높아 간과 신장에 부담을 주고 요산 재흡수를 촉진한다.
특히 고도주를 마실 경우 탈수가 쉽게 발생해 혈중 요산 농도가 더욱 농축되는 문제가 생긴다.
알코올의 종류를 불문하고, 일정량 이상 섭취하면 요산 대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동일하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30g(소주 약 반병, 맥주 750mL)에 불과하더라도 통풍 발작 위험은 약 2배 증가한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있다.

술과 통풍 발작의 상관관계
왜 ‘밤중에’ 통증이 심해질까
통풍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특징 중 하나는 밤에 갑자기 발가락이 불에 데인 듯이 아프다는 것이다.
이는 술을 마신 후 생리학적 변화가 수면 중 겹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먼저, 술을 마신 후 체온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다가 자는 동안 급격히 떨어지면 말초 혈관이 수축하면서 요산이 결정화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동시에 수면 중에는 체내 수분이 줄고 요산 농도가 상승한다.
여기에 술로 인한 요산 배출 저하가 더해지면 관절 내에 요산 결정이 침착되고, 면역세포가 이를 이물질로 인식해 급성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그 결과 새벽녘에 갑작스러운 통증 발작이 발생한다.
특히 통풍 환자들은 이미 관절 주변에 미세한 요산 결정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음주로도 그 균형이 무너져 격렬한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발가락, 발등, 무릎 등 관절 부위가 붓고 열이 오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조금은 괜찮겠지?”라는 착각
술이 남기는 장기적 후유증
통풍 환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가끔 한두 잔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통풍은 단 한 번의 음주로도 요산 균형이 깨질 수 있으며, 반복적인 음주는 만성 통풍으로의 진행을 가속화한다.
실제로 통풍 환자의 절반 이상이 첫 발작 이후 1년 내 재발을 경험하며, 그중 30%는 음주 후 발작이 재차 유발된 사례로 보고된다.
더욱이 알코올은 요산 외에도 인슐린 저항성, 지방간, 고혈압을 촉진하여 대사증후군과 통풍을 동시에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술은 통풍뿐 아니라 전신 대사질환의 불씨가 되는 셈이다.
반대로 금주 후에는 요산 농도가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혈액 내 요산 배출 효율이 개선되며, 급성 발작의 빈도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있다.
특히 하루 물 섭취를 2L 이상으로 늘리고, 단백질 섭취원을 육류 대신 식물성으로 전환하면 통풍 재발률을 4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리
술과 통풍의 관계는 단순히 “술이 안 좋다” 수준이 아니라, 요산 대사를 직접 교란시키는 생화학적 원인이다.
술을 마시면 요산은 더 많이 생기고, 배출은 막히며, 염증 반응은 촉진된다. 따라서 통풍 환자에게 ‘가벼운 한잔’은 존재하지 않는다. 술을 마실수록 발작 간격은 짧아지고 통증 강도는 세지며, 치료 약물의 효과도 떨어진다.
결국 통풍 치료의 핵심은 단순한 약 복용이 아니라 생활습관의 재설계다. 식습관, 체중 관리, 수분 섭취, 그리고 무엇보다 금주(禁酒) 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한순간의 술자리가 주는 즐거움보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새벽의 통증이 훨씬 혹독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통풍은 ‘술의 병’이 아니라 ‘습관의 병’이며, 회복의 열쇠는 의지와 절제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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